성당자료실

왜관성당 영성관련 게시물과 자료들을 공유합니다.

영성자료실

단상17. 무위의 나눔

profile_image
허무
|
2026.03.04 08:06
|
조회 181

  언젠가 나눔과 관련하여서 한 지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나눔을 사랑의 구체적 표현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행위로 알고 있습니다.

  만일 나눔이 인위人爲가 될 때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봅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나눔, 즉 무위無爲의 나눔은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나눔이 시혜施惠가 될 때 인위가 되지만

  나눔이 사랑으로 충동된 표현일 때 그것은 무위가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남보다 더 나아서도 아니요

  가진 것이 더 많아서도 아닙니다.

  그저 인연이 되고 필요성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눔의 동기와 대상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즉 ‘인위人爲의 나눔’입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내가 가진 것을 너에게 준다.”라는 식입니다. 상대에겐 없는 뭔가를 내가 소유하고 있기에 상대에게 나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자칫 허영심과 교만의 유혹이 끼어들 위험이 있습니다. 나눔이 하나의 시혜施惠가 되는 것입니다.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베푼다는 생각과 자세입니다. 이것은 결코 참된 나눔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길가나 지하도에서 엎드려 동냥하는 사람에게 적선할 때 대부분 사람은 지나가면서 동전을 던져 넣었습니다. 당시 저는 이런 모습이 이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보다 제가 더 잘났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선을 하고 싶어도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라 그 자체가 부끄러워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선을 할 때는 앞에 다가가 두 손으로 공손히 놓고 왔습니다. 저희 조카들이 어렸을 때 함께 길을 가다 이런 경우가 있으면 조카들에게 시킵니다. 그러면 가서 한 손으로 놓으려 하면 두 손으로 공손히 드리라고 신호를 합니다. 그러면 되게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곤 했습니다.  


  우리의 나눔은 자칫 인위의 나눔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봉사나 선행 역시 인위의 나눔이 될 때 자기만족과 허영심의 늪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인위의 나눔에는 ‘하느님의 영광’이 아닌 ‘나의 영광’, ‘우리의 영광’이 자리 하게 되고 성령이 활동하시는 여백을 우리의 뜻과 의지가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c1b830d5da9571ca0e90fb303d083625_1772579168_562.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