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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11. 이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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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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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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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4

  오늘 이날은 참으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1988년 2월 22일,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를 뒤로 하고 수도원에 입회한 날입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만 38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20대, 30대, 40대, 50대를 수도생활을 하며 보내버렸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가슴 아팠던 일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아름다운 일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는 늘 좋은 분들이 있었고 이 무지한 수행자를 어여삐 보아주고 격려해 준 분도 많았습니다. 삶의 고뇌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벗과 도반도 있었습니다.


  때론 저의 부족함과 인간적 한계로 인해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었습니다. 너무도 많은 시행착오와 과오로 하느님과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도 했었고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죄를 짓기도 했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때는 선 보다는 악에 더 기울어졌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제게 베푸신 하느님의 호의와 자비는 언제나 저의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은총이요 선물임을 느낍니다. 하느님은 결국 저를 당신 선으로 이끌어 오셨고 앞으로도 이끌어 가시리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제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선물일 뿐입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적어도 한 가지 놓지 않았던 화두가 있습니다. ‘늘 초심자로 시작하자.’라는 것입니다. 늘 제 뜻대로 되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러려고 노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수도생활 38년을 채우는 오늘, 그동안 제가 알게 모르게 어려움을 주었고 또 저로 인해 상처를 받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용서를 청합니다. 특히 하느님께 용서를 청합니다. 사랑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던 점을. 동시에 하느님과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제게 보여준 인내와 관용, 사랑과 자비에. 그리고 다시 다짐해 봅니다.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리라!’ 


첫 서원 날(1991년 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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