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자료실

왜관성당 영성관련 게시물과 자료들을 공유합니다.

영성자료실

단상14. 꿈 없던 소년

profile_image
허무
|
2026.02.28 08:17
|
조회 288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소년에게는 정말 받기 싫은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넌 이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되고 싶은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버지요.’ 그러면 사람들은 말하곤 했습니다. ‘아니, 왜 하필 그 많은 것 중에 아버지냐? 그건 네가 되기 싫어도 저절로 되는 거란다.’


  당시는 실현 가능성은 적어도 꿈은 야무지게 가지는 거라고 해서 개나 고등어나 모두 ‘과학자요’ ‘대통령이요’ ‘의사요’ 뭐 이런 꿈들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년에게는 정말 꿈이 없었습니다. ‘너는 이 세상에서 누구를 제일 존경하니?’라고 물으면, ‘어머니요.’라며 약간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질 않나, 새 것을 워낙 싫어해서 옷이나 신발을 새로 사게 되면 부끄러워 학교에도 제대로 입거나 신고 가지 못하고 후미진 곳에서 헌 것처럼 작업(?)을 하곤 했습니다.


  유행이라는 것도 몰라 다 커서도 어머니가 억지로 잡아 구두점을 데리고 가면 가게 주인이 제시하는 것 중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떤 것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한참 설명을 합니다. 그러면 주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잠시 기다리라면서 창고로 가서 구두를 하나 가져옵니다.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소년이 그토록 원하던 구두가. 구두값은 반값도 안 되었습니다. 유행이 지날 대로 지나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옷이건 신발이건 무슨 물건이든 소위 메이커 있는 것이라거나 비싸 보이는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뿐 아니라 누가 그런 것을 사줄 양이면 버럭 화를 내지 않으면 최소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식성도 얼마나 촌스러운지 같은 품목에 같은 가격의 음식점이 나란히 있으면 일부러 허름하고 지저분한 집으로 기어들어 갑니다.

   

  그러나 이 소년에게도 꿈이 하나 있긴 있었습니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남에게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묻혀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이토록 청개구리처럼 이 세상의 질서와는 정반대로 치닫던 이 별난 소년에게도 가끔 이런 회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나는 분명 바보인가 봐. 이렇게 꿈도 야망도 목표도 없어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까?’ ‘이러다간 여러 사람 고생시킬 게 뻔해.’


  그후 이 소년이 어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그가 그토록 원하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인생 낙오자가 되어 처자식 고생시키고 있는지 오직 그분만이 아실 것입니다. 그분이 그를 이 모양으로 만드셨고 어디론가 낚아채 가셨기 때문입니다.


  이상은 제가 아는 어떤 꿈 없던 별난 소년의 이야기였습니다. 하느님은 이 소년 못지않게 참 별난 분이시란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2cb7aa6626bffa53f3817e6d9c874e8a_1772234212_8246.jpeg
뉴 맥시코 사막 수도원 손님집에서 바라 본 전경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