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22. 첫사랑과 고무신
첫사랑! 듣기만 해도 마음 설레게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세상 물정에 밝지 않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았던 순수하고 낭만적인 시절을 연상시킵니다. 첫사랑은 풋사랑이지만 거기에는 순수와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몸과 머리가 커지면서 어느덧 첫사랑은 퇴색되고 식어갑니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인데, 사랑하는 남자가 군에 입대할 때 그 애인이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다고 합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이랍니다. 예전에는 여자가 변심하는 것을 두고 흔히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예 신 자체를 바꿔 신는다는 것입니다. 지조 없는 현 세태를 반영해 주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고무신 거꾸로 신기까지 실로 많은 고민과 갈등의 과정이 있었지만, 요즘은 과연 그런 과정이 있는지조차 의아스럽기도 합니다.
사랑은 관계 속에서 성립됩니다. 그래서 사랑에는 서로 간에 신의와 충실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것 없이 사랑은 화려하고 달콤한 환상일 뿐입니다. 첫사랑의 순수와 열정은 상대에 대한 신의와 충실을 가능케 해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첫사랑을 기억하고 거기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난데없이 웬 사랑 타령이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삶과 너무 비슷해서 그렇습니다. 사랑의 대상을 하느님으로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하느님과 첫사랑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 사랑은 우리 생각과 행동, 가치 기준, 심지어 우리 전 삶을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사랑은 강렬합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사랑 없이 참된 그리스도인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사랑이 약할수록 우리가 가고자 하는 신앙 여정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이 첫사랑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퇴색되고 식어갑니다. 그래서 늘 첫사랑으로 되돌아가 차갑게 식어가는 우리 마음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때를 닦아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되찾아야 하는 초기의 순수와 열정입니다. 우리 삶은 순수와 열정을 되찾기 위해 늘 첫사랑으로 되돌아가는 삶이어야 합니다. 신앙인의 삶은 자기반성을 통해 끊임없이 그 원천으로, 초기의 열정과 정신으로 되돌아가는 삶이 아닌가 합니다.
하느님과의 첫사랑으로 되돌아갑시다. 우리가 회심의 순간에, 그리스도인 삶 초기에 가졌던 순수와 열정으로 되돌아갑시다. 타성에 젖은 삶, 무사 안일한 삶은 이것을 방해합니다. 깨어 있지 않거나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하느님께 대한 신의와 충실을 지켜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소위 고무신 거꾸로 신거나 아예 새 신을 신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이 은혜로운 사순시기에 우리 모두 하느님을 향한 갈망에 불을지피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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